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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보험 가입, 의대 정원 증원 등 빌미만 있으면 “의료인 형사특례” 운운하는 의사들과 부창부수하는 현 정부(윤석열) 및 보건복지부

최자영 | 입력 : 2024/02/18 [13:54]

의대 정원 확대한다고 왜 ‘의료인 형사특례’ 도입해야 하나?
‘책임보험 강제’하니까 ‘의료인 형사특례’를 도입하겠다는 것 자체가 논리의 비약
책임보험은 뒷전이고 ‘의료인 형사특례’에 방점
의료인 책임보험 강제 논의는 시작도 안 했는데, 형사특례 관련은 법무부가 이미 조치 시달

지난 2.6일 대통령 윤석열이 국무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사들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법은 “의료인의 배상책임보험·공제조합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을 경우 의료인이 형사처벌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고 한다. 심우정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미 2.8일 ‘의료사고 사건 수사 및 처리 절차 개선'을 대검찰청에 지시했다고도 한다.(한겨레, 2024.2.8.)

윤석열의 이 같은 발언에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의대 정원 확대와 형사처벌 받지 않도록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서로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정원확대 한다고 해서 왜 그것이 형사처벌 받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나?

둘째, “의료인의 배상책임보험·공제조합 가입을 의무화”와 “의료인이 형사처벌 받지 않는 것”은 반드시 연결고리를 갖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책임보험을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을 경우 의료인이 형사처벌 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 들어있을 뿐 아니라, 사실은 전자보다 후자에 방점이 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증거가 명백한 것이, 책임보험 강제하는 것은 논의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형사특례 관련해서는 이미 법무부가 2.8일 ‘의료사고 사건 수사 및 처리 절차 개선’을 대검찰청에 지시한 것이 그러하다. 윤석열이 그 같은 취지로 발언한 다음 이틀 만이다. ‘책임보험 강제’라는 마중물은 추후 안 해도 되는 빌미에 불과할 전망이다.

그러고 보면, 의대 정원 확대하겠다는 것도 실없이 허황해 보인다. 못 늘려도 그만이라는 식이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생긴다. 문재인 정권에서 500명 늘리겠다는 것도 못 한 마당에, 한 해 2,000명씩 늘리겠다는 것이 딱히 무슨 사회적 동의를 얻은 것 같이 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동의라 함은 의료 교육에 필요한 실습실 등 기초여건(인프라) 구비를 포함한다. 그냥 행정적으로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의사들이 이번에는 파업을 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으나, 당분간 성명서만 발표하기로 했다는 말이 회자한다. 그 이유가, 찌라시 ‘카더라’ 전언에 의하면, 파업 여부를 논의하는 회의장에 부모들이 들이닥쳐 의사 면허증 뺏길까봐 염려하며 말렸다고도 하고, 또 이 검찰 정권이 ‘카비넷(은밀정보 저장소)’를 열면 골치 아파지니 자중하자고 했다고도 한다.

파업 안 하는 이유가 면허 뺏기거나 검찰 ‘카비넷’ 열릴까봐 염려한다는 것은 개인적 손익을 따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1년에 2,000명 늘릴 때 기초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아 교육 자체가 부실해질 가능성은 공적인 것이다. 아무리 의사 수요, 공급 문제가 다급해도, 이것저것 헤아리지 않고 덜커덩 2,000명 늘린다고 하는 것이 현실성 없이 허황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원에 맞는 교육 시설을 갖추기 위해 파격적으로 투자가 따르지 않는 한 그러하다. 감세 정책으로 재정이 쪼그라든 판에, 그런 투자가 이루어질 것 같지도 않은 것도 문제이다. 현실의 교육여건도 안 갖추어지고, 투자도 못 할 형편이라면, 2,000명 의대 증원 확대는 공수표일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의도를 불문하고, 결과적으로 남발한 공수표가 될 것 같다.

다른 한편, ‘책임보험 강제’하니까 ‘의료인 형사특례’를 도입하겠다는 것 자체가 논리의 비약이고 일종의 기만이다. 형사특례 의료사고 피해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되면, 환자가 의사를 괴롭히는 일이 줄어들게 되고, 의사들은 환자에게 시달리지 않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충분히 보상해 줄 마음이 없으면서, 의사들의 형사 면책만 얻어내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런 의혹은 지금까지 의료계가 돈이 아까워 의료인 책임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실에서 반증된다. 의료분야에서 외국인을 많이 다루는 성형 등 특수분야를 제외하면, 의사들의 책임보험 가입 비율은 높지 않다.

경향신문의 사설에 따르면, “정부는 필수의료 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 제한 방침 등 타국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인 보상책도 내놓은 바 있다”고 한다. 위 사설에 따르면, 이 보상은 의대 증원에 따른 의사집단의 반발 관련하여 언급된 것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권하에서 의사 파업에 밀려 의대 증원은 성사되지 못 했는데, 현정부에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고, 그 근거로 “지난 40년 동안 변호사는 10배 늘었는데 의사 수는 3배 늘었다”는 수치를 제시했다.(경향신문, 2024.2.12.)

위 윤석열의 발언과 같이 여기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의대 증원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정부가 필수의료 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 제한 방침”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이 공소 제한 방침은 흔히 ‘의료인 형사특례’로 불리는 것인데, 이것이 “타국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인 보상책”이라는 것이다. ‘의료인 형사특례’는 정부가 먼저 나선다기보다, 그동안 대한의협(의사협회) 등 의사집단이 줄곧 요구해오던 것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소추를 피하기 위해 대한의협 등은 기회만 있으면, ‘의료인 형사특례’를 운운해 왔다. 대한의협은 정부기구가 아니라 의사들의 자의적 상호부조기관이다. 거기에 정부 보건복지부가 알게 모르게 부화내동하는 행색을 연출하곤 했다.

일전(이달 초, 2.1일) 정부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책임보험강제를 빌미로 해서. 그 대가로 의료인 형사특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뉴시스, 2024.2.1.) 그러나 의료인 책임보험제도는 의대 증원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의 편익으로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의료인 형사특례’와 맞물리는 것이 아니다. 의료인의 쾌적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인 책임보험을 돈독하게 하면 된다. 그러면, 의료과실의 경우 의사를 대신하여 보험회사에서 환자와 교섭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각국에서 의사 수를 기꺼이 증원하고, 다소간 의료인 책임보험을 도입하지만, 그 때문에 의사들에게 ‘형사특례’를 제공하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찾기 어렵다. 위 경향신문 사설에서도 이르듯이, “타국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인 줄 모르지 않는 마당에 어떻게 ‘의료인 형사특례’ 운운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다른 나라를 거론할 것도 없이, 당장에 우리 헌법 제11조에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돈이 아까워서 책임보험은 회피하고 그대신 ‘의료인 형사특례’를 요구하는 것은 환자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의사집단의 무책임한 이기주의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수술실에서 공지된 의사 아닌 다른 의사, 혹은 비의료인이 대리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마취시켜놓고 환자를 성추행하는 의사도 있다고 하고, 또 드물게는 그러다 죽은 환자 시신을 어디다 갖다 유기한 의사도 있다고 하고, 의사를 찾아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환자가 사망한다고도 한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공소를 면제하는 ‘형사특례’가 아니라, 일반인보다 더 엄격하게 처벌하는 ‘형사특례’를 도입하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이 모든 것에 더하여, 환자는 의사집단의 강고한 카르텔 앞에 무방비의 질곡에 처해 있다. 의료과실의 경우 의사들은 침묵하고, 의료 비전문가인 환자들에게 입증책임(과실책임주의)을 강요하는 것이 그러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진료에 대한 소견을 내지 않는다. 이것은 법적 근거는 없으나, 관행상 불문율이다. 이 불문율을 어기면, 의사로서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회자한다. 이미 15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난날 노무현 정부 말기, 의사들에게 입증책임을 전환(무과실책임주의)하도록 하는 입법안이 제출된 적이 있었다.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의사가 왜 과실이 아닌지를 입증(무과실책임주의)하라는 것이었다. 이때 시민단체 제안은 물론 국회에서도 두세 개 법안이 발안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모든 것이 무산되었다.

의사집단과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형사특례’ 운운할 것이 아니라, 의료인 책임보험 강제와 의료인에게 입중책임을 전환하는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하겠다.

참고로, 2000년 김대중 정부하에서 의료법 개악이 있었다. 2000년 한국 의료법 개정 이전에는, 업무상과실치사뿐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 등 일반 형사범죄의 경우 면허취소가 가능했다. 일본은 지금도, 2000년도 이전의 한국 의료법과 마찬가지로 해당 의사가 벌금형 정도의 형사처벌만을 받더라도 면허취소, 의료업 정지(3년 이내) 처분이 가능하고, 이는 의료 선진국 독일이나 미국 대부분의 주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2000년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형법상 몇 개 범죄(허위진단서 작성, 위조사문서행사 등) 및 지극히 한정적인 의료법령 관련 법률 위반에 한해서만 면허취소가 가능하도록 한 반면, 일반 형사범죄(횡령, 배임, 절도, 강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나 일반 특별법 위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의사의 면허는 그대로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현행 의료법 규정상 의사는 업무상과실치사로 사람을 사망하게 해도, 시체를 유기했다가 붙잡혀도, 성범죄자, 심지어 수면제 먹이고 강간을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유지된다.

이런 점에서 의사들은 다른 전문직의 경우와 달리 이미 특혜를 받고 있다. 현재 한국의 대부분 전문직(번호사, 외국법자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세무사 등)의 경우 형사범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집행유예, 선고유예 포함) 받은 경우를 전문자격의 결격사유 및 등록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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