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탄핵기각 사유로 든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 운운은 법 아닌 정치의 영역
풍문에 회자하는바, 대선 체제에 대한 염려는 헌법 준수 관할 범위 밖의 영역
헌재가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여 위헌한 한덕수를 다시 직에 복귀시킨다면,
헌재 자체가 위헌을 범하는 것
제7공화국에는 내각제(책임총리제) 하자 할 것이 아니라 헌재의 정치적 기능 박탈해야
헌법재판소(헌재)가 국회에서 탄핵된 감사원장 및 검사 3명에 대해 기각하기로 결정했다.(2025.3.13.) 기각 사유는 법 위반이 중대해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이다. 한덕수 총리의 국회 탄핵안에 대해서 현재는 다음 주 초(24일)에 선고하기로 했다.
권성동(국힘당 원내대표)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한덕수 탄핵은 그 목적부터 정쟁적", "민주당이 난사한 탄핵소추안이 8대0으로 귀결됐듯이 이번에도 당연히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공직자에 대해 헌재는 지금까지 하나도 인용한 것이 없고, 죄다 기각 결정하여 국회의 결정을 무효로 했다. 그 사유는 이번 감사원장 등 4인에 대한 것과 유사하다. 법을 위반하고 잘못한 것은 있지만,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다음 월요일로 예정된 한덕수까지 그 같은 이유로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 문제는 한덕수 개인을 넘어, 지금까지 헌재가 피력해 왔던 결정의 정당성에 대한 근거를 적나라하게 허물어 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상목(대통령 권한대대행)은 1명 헌법재판관(야당 추천 마은혁)을 임명하지 않았다. 헌재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뒤에도 여전히 버티며 임명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전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한덕수(대통령 권한대행)의 경우 무려 3명(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2명)을 임명하지 않았던 전력이 있다.
만일 헌재가 한덕수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를 기각하고, 또 그 사유로서, “잘못이 없지 않지만, 그 법 위반이 중대해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식의 결정을 내린다면, 이것은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최상목이 헌법재판관 1명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헌재가, 무려 3명을 임명하지 않은 한덕수에 대한 탄핵을 기각한다면, 헌재 자체가 위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 위헌 행위는 탄핵당하지 않고 직에 복귀할 수 있다는 청신호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가 헌법 지킴이가 아니라, 오히려 위헌을 장려하는 태풍의 눈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 헌재는 감사원장, 검사는 물론 한덕수 탄핵소추 건도 윤석열 탄핵 여부 선고 뒤에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국회에 군대를 진주시킨 윤석열 탄핵이 그 무엇보다 이 나라의 명운을 건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개변되었다.
회자하는 바에 의하면, 현재 8명인 헌재 재판관 중 적어도 1명이 갑자기 선고 순서 관련하여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만일 탄핵이 인용되는 경우, 대선정국으로 들어가게 될 텐데, 그것이 최상목 체제, 아니면 한덕수 체제로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윤석열보다 한덕수 선고를 먼저, 아니면 적어도 동시에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풍문은 이른바 ‘찌라시’로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원래 헌재가 중요도나 사건번호에 따라 순차적으로 할 경우, 윤석열 선고가 한덕수보다 먼저인 것으로 예정했으나, 그것이 현재로서 전도되었다는 사실이다. 만의 하나, 위헌 여부의 판단을 넘어서 정치적 환경을 헌재가 고려하여 이 같은 전도가 발생한 것이라면, 그것은 헌법 준수 여부를 감시하라고 만든 헌재(헌법재판소)가 단순한 헌법 지킴이가 아니라, 정치적 통제의 사령탑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반증하는 것이 된다.
헌법재판소 9명 재판관이 국회 위에 군림하며.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뜻을 짓뭉개어 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공직자를 하나 남김없이 죄다 풀어주면서, 헌재는 “잘못이 없지 않지만, 그 법 위반이 중대해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했다. 여기서 헌재는 두 가지 비약의 오류를 범했다.
첫째, ‘국민의 신임’을 거론한 것이고, 둘째, ‘정도’를 평가한 것이다. 국민이 무엇을 신임하는지 9명의 헌재 재판관이 어떻게 알 수가 있나? 투표를 한 것도, 여론 조사를 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신임’을 표방한 9명 헌법재판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이 같은 오류는, 둘째, ‘정도’를 평가한 데서 결정타를 맞는다. ‘정도’란 주관적 평가일 뿐, 객관적 잣대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9명 헌재 재판관이 보는 ‘정도’와 국민이 느끼는 ‘정도’는 같을 수가 없다. 9명(혹은 8명) 헌재 재판관은 자신들이 평가한 ‘정도’를 절대시했다.
헌재는 헌법의 준수를 감시하는 곳이지, ‘국민의 신임’이나 그 ‘정도’를 평가하는 곳이 아니다. 공직자가 다소간에 잘못하고 위헌했으면, 그것으로서 국회의 탄핵소추를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헌재는 엉뚱하게, ‘국민의 신임’과 주관적 감각의 영역인 ‘정도’를 끌어들여서, 번번이 다수 국민의 뜻을 배반하는 결정을 내려왔다.
헌재가 들먹이는 ‘국민의 뜻’이란 것이 고무줄 같아서, 한동훈이 말하는 ‘국민의 뜻’. 윤석열이 말하는 ‘국민의 뜻’과 같은 부류에 속한다. 이때 ‘국민’은 다수 아닌 소수, 나아가 한 사람 국민이 될 수도 있다. 한편에,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한 윤석열이, 다른 한편에, “한 사람이 지지해도 나는 내 길을 가겠다”고 한 것이 그러하다.
헌재 재판관들도 국민을 들러리로 세우고 있다. 공직자가 잘못하고 위헌했으면, 처벌해야 하는 것이지, ‘국민의 뜻’을 빙자하고, 그 ‘정도’ 운운하면서, 공직자를 풀어줄 일이 아니다. 헌법, 법률은 정치가 아니라, 지켜야할 최소한의 규범, 마지막 보루를 뜻한다. 그러나 ‘국민의 뜻’ 운운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헌재는 헌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곳이지, 감히 ‘국민의 뜻’을 운운하며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서서는 안 된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월권은 이미 1987년 헌법에 내재한 것이었고, 이것이 군부독재자 전두환이 남긴 유산이다. 헌법 제111조에 헌재는 정당해산권 및 탄핵심판권을 가지도록 되어 있다. 세상에 어떤 나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회, 연방의회)에서 탄핵한 공직자를 다시 심사하고, 밥먹듯이 무효로 돌리는 데가 있나?
전두환은 또 헌법재판소법 68조에, 헌재에 대한 재판소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대부분의 공권력에 의한 인권(기본권) 침해가 재판을 통해서 일어나는데, 그 잘못된 재판에 대한 국민의 헌법소원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킨 이가 전두환이다. 우리가 모방해 왔다고 선전하는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업무의 대부분(약 95%)이 재판소원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헌법재판소가 일반재판소(3심급)를 감독하지 않으니, 후자의 만용이 하늘을 찌르고,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상화 변호사가 근 10년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이, 판사들이 ‘셀프’ 면죄의 유사 입법 행위(2001년)를 하여, 잘못 판결해도 벌 받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인데도, 헌법재판소, 국회 등 어디서나 마이동풍이다.(참조, '바위 깨는 계란' 변호사 전상화[변협 학술대회 발표 논문] https://m.cafe.daum.net/7633003/eola/427)
한국의 헌재는 중뿔이 난 것 같다. 본업인 헌법 지킴이는 팽개치고, 엉뚱하게 정치에 간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같이 계엄을 일으킨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다수 ‘국민의 뜻’보다는, 가능한 한 기득 특권층의 이해를 보호하는 아성, 마지막 보루로서 충실하게 기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제7공화국 새 헌법은 헌재의 정치적 기능을 제거하고, 헌법 지킴이로서의 원래 자리로 헌재를 되돌려놓는 것이 되어야 한다. 9명(혹은 8명) 헌재 재판관이 최상목, 한덕수 체제 운운할 계제가 아닌 것이다.
헌재 탄핵은 9명 중 6명의 찬성이면 인용된다. 그런데 스스로 없는 불문율을 만들어 전원일치가 이상적이라 운운하면서, 8명 재석 현재로서 8:0을 만들기 위해 선고가 늦어진다는 풍문도 회자한다. 가능하면 전원일치가 나쁘달 수는 없으나, 반드시 전원일치 해야하는 것이 아니다. 전원일치를 위해 선고를 늦춘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소수에게 끌려다닌다는 말밖에 안 된다.
국회도 이 같은 헌법재판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이 다수당으로 뽑았으면, 그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법에 없는 이상한 관행을 스스로 제조하여, ‘여야 합의’ 운운한다. 내란을 지지하는 당과 반대하는 당이 어떻게 ‘여야 합의’를 할 수가 있나? ‘여야 합의’는 불가능한 꿈이다.
이번 연금개혁 관련하여, 국힘당이 ’여야 합의‘라는 문구를 명시하라고 요구하고,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분란이 일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대표)이 그런 문구 없이도 여야 합의를 해서 할 텐데, 왜 그런 데 꼭 들어가냐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재명의 말은 틀렸다. 다수결로 결정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기껏 힘들여 뽑아 놓았더니, 소수와 다수당의 경계를 허물어버리고, 여야가 툭하면 짬짜미를 한다. 헌재가 ’국민의 뜻‘과 ’주관적 척도인 ‘정도’를 끌어들여, 자의적으로 탄핵소추된 공직자를 하나 예외 없이 다 풀어준 것 같다. 국회나 헌재가 다 같이 스스로 주인인 줄로 착각하고, 정작 ‘국민’을 들러리, 노리개, 허깨비인줄로만 알고 있다. 게다가 국민을 더한 허깨비로 만들기 위해, 제7공화국 헌법은 내각제, 책임총리제로 해서 국회의 막강한 아성을 더욱 공고히 하려 획책하려 하고 있다.
다음 주초 헌재가 한덕수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다. 최상목이 1명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 규정한 헌재가, 무려 3명을 임명하지 않은 한덕수에 대해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잘못이 없지 않으나 ‘국민의 뜻(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로 법 위반이 심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그렇게 국가기관의 합법적 구성을 방해하여 위헌을 범한 이를 총리직(대통령 권한대행)에 복귀시킬지도 모른다.